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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닷컴 [Why] 우두 바이러스 10억개 맞은 60代 癌환자, 암세포가 사라졌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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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777 등록일시 2014-02-1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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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 변형 바이러스, 암세포만 골라 파괴… 세계가 상용화 전쟁

- 2006년 국내 첫 임상시험
길어야 6개월 진단 환자 바이러스 치료 후 완치… 암에 대해 면역력도 생겨
- 알고보면 긴 역사
19세기부터 영향력 인지… 21세기 유전공학 발달에 다시 신종 항암제로 등장
- 한계는 있다
바이러스 10억개 넣으면 인체 면역세포에 붙잡혀 5%정도만 암세포에 닿아
- 그래도 강점이 커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정상세포는 안 건드려… 감염돼도 부작용 적어

2006년 1월 최모(63)씨는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신장에 암이 생겨 콩팥을 들어냈지만 암은 간으로 전이됐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 등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다 해봤지만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었다. 길어야 6개월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런 그에게 병원은 시험 단계에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안했다. 3주에 한 번, 10억개의 우두 바이러스를 간에 주사하는 것이었다.

우두는 소 마마라 불리는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이를 인체에 주사하는 것이 천연두 예방접종인 종두다. 바이러스 10억개는 예방접종 때 주사하는 바이러스의 1000배가 넘는 숫자. 감기조차 위협이 될 정도로 면역력이 약해진 말기 암 환자에게 전염병 바이러스를 무더기로 주사한다는 건 상식적으론 어불성설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최씨는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최씨의 주치의인 부산대 양산병원 김성근 교수는 "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함께 바이러스 치료를 받았던 말기암 환자 18명 중 생존자는 그가 유일하다.

하지만 나머지 17명도 대부분 의사들의 당초 예상보다 오래 살았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를 더 이상 주사하지 않아도 암세포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의 몸에서 한번 사라진 암세포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과학 저널 사이언스 자매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지(誌) 지난 15일자에 실렸다. 논문의 대표 저자인 부산대 황태호 교수(양산병원 임상시험센터장)는 "암세포를 죽이는 항체가 생겨 암이 재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맞으면 전염병에 대한 면역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배양 중인 암세포에 최씨의 혈액을 떨어뜨리자 암세포가 죽는 것이 관찰됐다.

최씨는 항암 바이러스를 처방받은 국내 첫 환자들 중 한 명이었다. 항암 바이러스는 아직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세계 항암제 메이커들이 개발에 혈안이 된 신형 항암제다. 최씨에게 투여된 바이러스는 미국의 바이오 벤처가 만든 것이다. 그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황 교수 연구진이 맡고 있다.

최씨가 참여한 건 임상 1상이었다. 임상 2상은 미국·캐나다·한국에서 말기 간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가 지난 2월 과학 저널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메디신에 실렸다. 한 달간 바이러스 1억개를 맞은 15명은 평균 6.7개월, 10억개를 맞은 15명은 평균 14.1개월을 더 생존했다. 기존 간암 치료제는 말기 환자의 생존 기간이 평균 3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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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에 의한 토종 항암 바이러스 개발도 시작됐다. 한양대 윤채옥 교수(생명공학과) 연구진은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아데노 바이러스로 항암제를 만들고 있다. 두경부(頭頸部)암 치료용 바이러스는 국내 제약사 주도로 임상 1상을 끝냈다. 두 교수의 연구에 대해 국내 의학계는 "임상에 참가한 환자 수가 적어 아직 판단하기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세계 최대 바이오 제약사인 미국 암젠(Amgen)이 올해 초 임상 3상까지 마치고 상용화를 코앞에 둔 상태다. 그러나 항암 바이러스에 대해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스티븐 러셀 교수는 "항암 바이러스는 인체 면역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지 않는 한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의 말대로 항암 바이러스 성공의 관건은 항체나 면역세포에 붙잡혀 소멸되지 않고 암세포까지 접근할 수 있느냐 여부다. 항암 바이러스도 바이러스인 게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면역 시스템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재 개발 중인 항암 바이러스 다수가 혈관에 주사하는 대신 암 부위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인 것도 이 때문이다.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과정에서 면역 시스템에 걸려 효력이 감소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암 환자에게 진짜 위협이 되는 암 전이를 막지 못하는 약점이 생긴다. 미국에서 개발돼 2006년 중국 제약사에 판매된 뒤 지금껏 유일한 상용 항암 바이러스로 남아 있는 제품도 이런 약점 탓에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최초의 항암 바이러스가 나온 건 1991년이었다. 하버드 의대 로버트 마투자 교수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스스로는 자기복제를 하지 못하고 암세포에서만 증식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이후 20여년간 연구가 이뤄졌지만 기존 항암제를 넘어서는 바이러스 항암제가 나오지 못한 것도 면역 시스템을 우회할 방법을 못 찾은 게 핵심 원인이다.

바이러스 중에는 면역체계에 잘 포착되지 않는 종류도 있다. 우두 바이러스가 그렇다. 우두 바이러스는 고유한 단백질 껍질로 자신을 감싸 면역 시스템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 황태호 교수는 그러나 "우두 바이러스도 10억개를 주사하면 그중에 암세포까지 살아서 가는 비율이 겨우 5%(5000만개) 정도"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아이디어가 바이러스를 일종의 막으로 둘러싸는 코팅이다. 몸속 파수꾼인 항체나 면역세포들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바이러스를 만들자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렌 세이모 교수팀은 아데노 바이러스를 독성이 없는 물질로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투입된 스텔스 바이러스는 면역 시스템을 피할 수 있지만 자기복제를 통해 나온 바이러스 후손들은 코팅 없이 태어나서 면역 시스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암센터의 헹크 반더 포엘 교수 같은 이는 "바이러스 항암제 홀로 암 정복의 길을 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펴기도 한다.

한양대 윤채옥 교수는 "그런 난점에도 바이러스가 새로운 항암제로 기대를 받는 건 암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강점이 돋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 6개당 1개꼴로 정상 세포를 죽인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도 항암제가 암세포와 모근 세포를 구분하지 않고 공격을 하는 탓이다.

반면 항암 바이러스는 수천~수만개의 암세포를 죽이는 동안에 정상 세포 하나를 죽일 정도로 암세포만을 콕 집어 공격한다. 윤 교수는 "항암제로 사용되는 바이러스는 감염돼도 인체에 치명적이지 않은 아데노 바이러스, 헤르페스 바이러스, 우두 바이러스를 가장 많이 쓴다"고 말했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감기나 결막염, 헤르페스는 입술이나 성기 주변에 물집을 일으킨다.

항암 바이러스는 21세기에 들어서야 본격 개발되고 있지만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죽인다는 건 19세기 말 의사들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메이요 클리닉 엘리자베스 켈리 교수는 "백혈병 환자가 심한 독감을 앓고 나면 완치되는 현상도 드물지만 관찰됐다"고 말했다.

1912년 이탈리아의 산부인과 저널엔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이 개에 물려 광견병 백신을 맞은 뒤 암세포가 눈에 띄게 줄어든 사례가 보고됐다. 1940년대 이후 의학계에서는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투여하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효과가 들쭉날쭉이었다. 방사선 치료(1903년), 항암제(1958년) 치료가 보편화하면서 1970년대 이후 바이러스로 암 치료를 시도하는 의사들은 사라졌다. 바이러스를 항암 전선에 다시 불러낸 것은 눈부시게 발전한 유전공학이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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